집중폭우 뒤 쓰레기 江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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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집중호우가 휩쓸고 지나간 뒤 전국 각지의 식수원 댐에 밀려든 쓰레기를 치우느라 비상이 걸렸다. 침수 지역에서도 각종 쓰레기가 뒤엉켜 악취를 풍길 뿐만 아니라 복구작업에도 애를 먹고 있다.

각 식수원 댐 수면에 섬을 이루고 있는 쓰레기와 흙탕물을 보면 '과연 이 물을 먹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환경부가 파악한 쓰레기 발생량은 충주댐 1천6백t, 안동댐 1천t 등 12개 댐에 모두 4천5백t에 이른다. 댐 주변의 산과 계곡·마을에서 폭우와 함께 쓸려온 쓰레기는 수목·나뭇가지와 폐비닐·음료수병에서 가구·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쓰레기처리장을 연상케 한다. 이들 쓰레기 가운데엔 각종 농약병도 섞여 있고 간이 화장실이 통째로 휩쓸려 온 것도 있어 수질을 얼마나 오염시킬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쓰레기와 흙탕물로 수돗물 취수와 정수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서울시내 정수사업소의 원수 탁도가 평소에 비해 1백배나 높았고 알칼리도가 크게 저하돼 정수처리 과정에 필요한 응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든 쓰레기도 골치다. 한강에서 흘러 들어온 쓰레기가 인천 앞바다와 양식장을 오염시키고 있고 울산항 부두는 태화강에서 흘러든 쓰레기가 거대한 산을 이루며 조류를 타고 흘러 다녀 선박 운항에까지 차질을 줄 정도다.

식수원 댐에 쌓인 쓰레기는 수면 관리자가 수거하고 지자체가 운반·처리토록 분담하고 있으나 장비·인력 부족으로 다 치우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처리가 늦어져 썩으면 수질 오염이 불보듯 뻔하므로 각 행정기관은 쓰레기 수거·처리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집중호우로 댐에 밀려든 쓰레기를 처리하느라 몸살을 앓는 것이 연례행사가 됐다. 우리가 산과 계곡에 버린 쓰레기가 우리가 먹을 물로 쓸려 들어 간다는 것을 생각해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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