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칠석맞이 야외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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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한여름밤의 국악 야외공연이 견우와 직녀를 이어주는 오작교로 변신한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국립국악원의 칠석 공연이 '여름이 저무는 절기, 칠석 사랑·밤·별꽃'이란 시적인 제목으로 14일 열린다. 장소는 1천5백석 규모로 새로 단장한 국악원 별맞이터. 우면산 자락에 있어 맑은 날 밤이면 별이 관측될 정도이며,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한적하고 분위기 있는 곳이다.

국악원측은 밸런타인 데이·화이트 데이만 챙기는 젊은이들에게 우리에게도 칠석 같은 사랑의 절기가 있었다고 상기시켜주려고 이런 공연을 기획했다고 한다. 옛날 칠석날에는 신랑신부가 같이 입을 댈 표주박인 '합근박'을 가려 심고 짝떡이라고 부르는 반달 모양의 흰 찰떡을 먹었다. 선남선녀들은 떡을 먹으며 마음 맞는 짝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그래서 칠석 공연의 내용도 젊은 관객들 취향에 맞췄다. 12개의 거문고가 정대석 작곡의 '미리내'를 장중하게 연주하고 난 뒤 무대에서는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또 한국형 뉴에이지 음악의 선두인 해금 주자 정수년이 자신의 음반 '공(空)'의 수록곡 '어린 왕자''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작곡자 강상구의 신시사이저 연주에 맞춰 들려준다. 영화 '꽃잎'의 영화음악 연주, 실내악단 슬기둥의 멤버로 활약했던 정수년은 적잖은 젊은 팬들이 있으며 '공'도 국악 음반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끝으로 좋은 인연을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한 바라춤 '인연'을 국악원 무용단이 공연하면서 고조됐던 분위기를 차분하게 마무리한다. 오후 8시. 선착순 무료 입장. 02-580-3300.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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