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쌀 때 경영권 확보하자" M&A 관련株 '들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증시 침체를 틈타 인수·합병(M&A)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종목들에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주가 하락으로 적은 돈으로 탐나는 기업들의 경영권을 확보하기가 훨씬 쉬워진 데 따라 M&A 시장이 활성화한 점도 M&A가 증시의 테마로 부상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12일 장이 열리자마자 새롬기술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새롬벤처투자 홍기태 사장과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의 지분 경쟁이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보이자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홍사장 측은 "경영참여를 위해 새롬기술 4백27만1천1백4주(11.79%)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지난 8일 최대주주인 텔레킹이 보유한 지분 11.99%를 미국기업 유니텍워터시스템스에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힌 오피콤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 최근 지분 매각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제이스텍도 7일 이후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밖에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인투스·현대멀티캡·연합철강 등도 상한가를 보였다.

<표참조>

◇더욱 활발해진 M&A=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상속·증여가 아닌 M&A 등 구조조정으로 경영권이 바뀌었다고 공시한 건수가 91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7% 늘어났다. 또 최대주주가 3회 이상 변경된 기업은 7개사로 지난해(3개사)보다 훨씬 많았다.

거래소 측은 구조조정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는 공시가 늘어난 것은 기업 구조조정이 확산하면서 경영권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의 증시 침체가 M&A 붐을 조성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이 크게 낮아져 기업인수를 원하는 측은 어느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특정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기가 수월해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M&A를 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정윤제 연구원은 "최근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력이 탄탄해진 기업들이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M&A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M&A가 침체된 증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굿모닝신한증권의 김학균 연구원은 "아직도 M&A가 시세조종 수단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M&A 붐이 오히려 증시의 투기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 추격매매 삼가야"=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기업의 경우 경쟁적 지분매입으로 인해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M&A를 호재로 주가가 오르는 종목을 뒤따라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주가 급등세가 오래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큰 데다 M&A에 성공한 뒤 해당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좋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M&A가 워낙 은밀히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M&A가 확정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엔 이미 주가가 상투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최근 M&A로 인한 주가 상승세는 증시 침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며 "시세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개인들은 단순한 소문만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