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서약서 의무화' 新회계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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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회계보고서가 정확하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한 미국의 신(新)회계규정에 대해 미국 기업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9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마련한 이런 규정에 대해 많은 기업이 아직까지 서명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엔론 등 대기업들의 회계부정 파문이 일자 SEC는 투자자의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7백여 대기업에 오는 14일까지 지난해와 올 상반기 회계보고서의 진실성을 보증하는 서약서를 제출토록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6백여 기업이 서약서를 내지 않은 상태다.

FT는 많은 기업이 새 규정에 따라 회계보고서를 다시 작성하는 데 분주하지만 일부 CEO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부분은 마감시한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시한을 맞추기 위해 보증서에 우선 서명할 수는 있지만 나중에 회계규칙에 어긋나는 부분이 드러나 이를 수정한다면 허위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혐의로 소송당할 위험이 커진다.

회계장부를 새로 작성하다 마감시한인 14일까지 서명하지 못한다면 회계부정 의혹을 살 가능성이 커진다. 회계부정의 의혹이 불거지면 주가가 곤두박질할 확률이 크다.

실제로 지난 7일 보험회사인 에이온이 회계보고서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SEC와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런 반응이 회계장부 상의 문제를 감추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란 지적도 있다.

모건 스탠리의 선임 투자전략가인 바이런 빈은 "회계장부 상의 수치가 합법적이라면 SEC의 요구에 머뭇거릴 이유가 전혀 없다"며 CEO들이 서약서 제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비난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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