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55㎏ → 91년 45㎏ → 97년 58㎏ 후보 장남 체중논란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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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씨 병역면제 의혹을 둘러싸고 그의 체중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가 최근 언론을 통해 "정연씨 병적기록표의 체중 관련 부분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야당이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감량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시작됐다. 하지만 면제 판정을 받기 전후의 주요 기록 등이 공개되지 않아 흐지부지됐었다.

정연씨는 91년 2월 춘천병원에서 신장 1백79㎝,체중 45㎏으로 측정돼 5급(면제)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정연씨의 체중은 83년 1차 신검 때 55㎏, 97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검 때는 58㎏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91년 면제 판정을 받은 2차 신검 때만 몸무게가 평소보다 10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업씨는 "체중이 45㎏으로 기록된 것은 신장이 1백79㎝일 경우 46㎏ 이하여야 완전히 병역에서 면제된다는 사실을 아는 병역 전문가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신장 1백79㎝에 체중 46~49㎏인 사람은 언제든지 병무청의 재신검 요구에 응해야 하고 49㎏ 이상으로 측정되면 현역 입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국군춘천병원 진료부장 백일서씨는 "정연씨의 병적기록표는 내가 직접 기록한 것이며 비리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정훈 한나라당 법률특보도 "정연씨는 체질적으로 저(低)체중인 집안 내력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병역면제 판정을 받기 직전인 90년 6월 미국 유학 중 귀국해 서울대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도 50㎏으로 비정상적인 체중 감소 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정연씨는 이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한 학기 동안 학위 취득을 위한 시험과 논문 준비로 무리를 하는 바람에 체중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서울대병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신체검사 결과를 입수해 양측의 주장을 판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이 정연씨 주소지의 동사무소와 구청 직원 등을 불러 조사하고 다음 주 초 백일서씨를 소환하는 것도 병적기록표 조작과 체중문제에 대한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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