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때 "北 인공기 게양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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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세현(丁世鉉)통일부 장관은 9일 "부산 아시안게임 때 최소한의 북한 인공기 사용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丁장관은 이날 국회 통외통위에 참석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경우 남북이 동시에 입장, 한반도기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북한이)참가국으로서 참가하는 데 국기 게양까지 막을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북한이 국기 게양이 따르는 국제 체육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남한에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부의 허용 방침에 따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에서 인공기가 공식적으로 쓰이게 됐다. 하지만 그간 국가보안법 등을 이유로 인공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해 온 전례를 내세운 보수층 등 일부의 반발도 예상된다.

丁장관은 또 "이 문제는 아시안게임조직위와 북한이 협의해야 할 사안이나 그 과정에서 정부가 자연히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제한뒤 "국제 행사이므로 참가국의 국기를 못걸게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종하(金鍾河)의원은 "이번 일로 공공연히 인공기가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같은 당 최병렬(崔秉烈)의원은 "북한을 초청해 놓고 국기 사용을 허용치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헌장 제48조(기와 휘장)는 "모든 경기장 및 그 부근에는 참가 회원국 기와 평의회 기를 게양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장과 43개 참가국기 모두가 걸리는 장소에는 당연히 인공기를 게양해야겠지만 남측 응원단이 인공기를 흔들거나 대학 구내·차량 등에 다는 행위는 실정법과 국민 정서상 허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남북 공동의 체육행사와 응원 등에는 흰색 바탕에 하늘색 지도가 새겨진 한반도기가 사용돼 왔다.

통일부·법무부·국정원 등 관계기관이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며, 곧 인공기 사용의 구체적 허용 범위를 정할 예정이다.

남정호·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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