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차별 관행 개선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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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국내 증시가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후진적인 기업 지배 구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투증권은 8일 '한국증시가 미국보다 더 부진한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대주주가 마음대로 소액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한 기업의 실적에 걸맞은 주가가 형성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 증시가 미 증시와 차별화되려면 ▶기업 실적이 좋아야 하고▶회계와 기업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기업 실적은 미국기업보다 좋은데 반해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지배구조는 아직 미국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주주나 특수 관계인에게 보유 주식을 헐값에 처분한다든지, 돈이 달리는 계열사가 기업을 인수할 때 그 자금을 다른 계열사에서 끌어쓴다든지, 공익사업을 하면서 주주 동의없이 그 재원을 각 계열사에서 출자한다든지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기업이 망하거나 손실을 보며 그 위험을 그대로 감수해야 하지만 기업이 잘 나갈때는 그 혜택을 모두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투증권 박주식 연구원은 "대주주의 주식과 소액주주의 주식은 법률상으로 동등 한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론 차별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며 "현실적으로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 못지않게 대주주 경영자가 얼마나 투명한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국내 기업의 회계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상당히 투명해졌으나 미국보다 낫다고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고, 달러화 약세에서 드러나듯 미국 시장이 마지막 보루로서 제몫을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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