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기자가 '토해낸'청춘의 열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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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젊은층들에게 인기있는 영화 주간지 '씨네 21'의 전 편집장 조선희(42·사진)씨가 첫 장편소설 『열정과 불안』(전2권·생각의 나무)을 냈다.

조씨는 1995년 이 잡지 창간때부터 5년 간 편집장으로 일하며 '편집장이 독자에게'라는 고정 칼럼을 통해 영화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했다. 그러다 2년여 전 "소설을 쓰겠다"며 회사를 그만뒀고, 이번에 그 결실을 내보인 것이다.

『열정과 불안』은 벤처 사업에 뛰어든 386세대 남성들의 이야기로 돈과 권력, 자유와 조화로운 삶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나이와 동일한 세대(78학번)들이 살아오면서 겪었음직한 굵직한 삶의 굴곡들, 예컨대 민주화 운동에서 최근의 벤처 열풍까지를 빠른 입담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세대의 일중독이 열정이라면 불안은 일이 채워주지 못하는 마음의 허기에 관한 어떤 것이다.

첫 작품이어서인지 이야기 흐름이나 문체가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오랜 기자 생활을 통해 길러낸 관찰력과 이야기의 빠른 전개 등은 "일급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 느낌"(고종석)을 준다.

작가는 "나는 그동안 소설가들이 소설을 지어낸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내가 소설을 써보니 그건 '지어낸다'는 것보다 '토해낸다'는 게 어울리는 작업이었다. 늘 마음은 어디 딴 데를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내 청춘의 열병을 이제야 토해놓게 됐다. 그간 직장생활을 못 견디고 뛰쳐나오게 했던 이유가 해소되니 이제 안전하게 40대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문화부 기자 생활을 오래 하며 알게된 사람들이 그녀에게 보여준 관심은 책 뒤표지에 쓰여진 표사(表辭)에서 알 수 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소설 쓰기보다 영화잡지 편집장이 더 좋고 높은 자리가 아닌가.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와 소설을 쓰다니"라 했고, 오지 여행가 한비야씨는 "찔끔찔끔 그의 짧은 글만 읽던 사람들의 갈증을 한 방에 풀어준다"고 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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