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난 뒤 '진짜 장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최근 수년간 장마기간보다 장마가 끝난 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전선의 활동이 불규칙하고 세력이 약해져 장마기간 강수량이 감소하고, 오히려 이번 호우처럼 장마 후에 대기불안정·태풍 등으로 인한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것이 한반도의 전형적인 여름 기상 형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장마 뒤 강수량 증가 추세=기상청은 7일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여름 평균 강수량을 측정한 결과 서울의 경우 장마기간 3백58.4㎜, 장마 후 8월 말까지 5백25.3㎜로 장마 뒤 더 많은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2000년의 경우 장마 뒤 강수량이 6백69.2㎜로 장마기간 강수량 1백9.1㎜의 약 6배에 달했고, 99년에는 장마 뒤에 장마기간(63.2㎜)보다 무려 11배 이상 많은 7백93.2㎜가 쏟아졌다.

올해도 장마기간이었던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24일까지 서울의 강수량이 2백26.1㎜에 그친 반면 7월 25일부터 7일 오전 10시까지 강수량은 4백68㎜를 기록해 이미 장마 때의 2배를 넘었다.

◇중국 대륙의 고온건조화가 원인=기상청 박정규 기후예측과장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중국 대륙의 고온건조화가 한반도의 여름 기상형태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년 여름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고온건조한 대륙기단이 한반도에 머물면서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거나 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