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세액을 공제 받지 못한다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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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 중년 남성인 김모씨가 사무실로 다급히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세무사님, ‘○○세무서’에서 작년에 구입한 고정자산에 대해 매입세액공제가 잘못된 것 같다며, 소명하라고 하네요. 근데 저는 세금계산서도 받고, 부가가치세도 다 줬는데…. 뭐가 잘못된 건가요?”

“아~ 그러세요? 우선 침착하시고, 어떤 내용인지 제가 ‘○○세무서’에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예. 세무사님,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부가가치세 준 것만 해도 800만원이 넘어요. 세무서에서는 가산세까지 해서 1000만원 가까이 납부해야 된다는데. 그렇게 된다면 저는 큰일입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확인 후에 방법이 있다면 최대한 도와 드리겠습니다.”

한참 동안을 김모씨를 안정시킨 후에 ○○세무서에 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김씨는 작년 5월에 제조업을 신규 개업하며, 공장설비 및 기계장치를 한 사업자로부터 82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에 구입하면서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았다. 동시에 구입처로부터 사업자등록증 사본도 팩스로 받아두었다. 그리고 작년 7월에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를 하면서 세금계산서상의 매입세액(820만원)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매입세액공제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올해 초에 ○○세무서로부터 공장설비 및 기계장치의 매입분에 대하여 소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세무서에서 소명을 하라는 이유인 즉, 해당 세금계산서가 상대방이 폐업한 상태에서 발행한 세금계산서이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김씨는 820만원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고도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하며, 당초 공제받은 매입세액은 가산세를 포함해 납부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위 사례의 주인공인 김씨는 무척이나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공장설비와 기계장치를 실제 구입했으며, 이에 대한 매입비용도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여 모두 지불하였다. 또한 세금계산서도 수취하였고, 거래상대방의 사업자등록증도 받아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세금계산서가 아니라 거래상대방에 대한 확인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즉 거래상대방은 실제로 작년 2월에 폐업을 한 상태였으며, 고가의 공장설비 및 기계장치를 처분하지 못하고 있던 중 김씨가 그 기계장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김씨와 거래를 한 것이었다.

결국 김씨가 기계장치를 구입할 때 상대방이 거래시점에 사업자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확인했어야 했다. 김씨는 단지 일상적인 방법으로 거래상대방의 사업자등록증을 팩스로 받아 이를 교부받은 세금계산서와 대조해 보기만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 거래와 관련하여 발행된 세금계산서는 거래의 사실유무와 상관없이 가짜 세금계산서가 되어 버렸고, ○○세무서에서는 해당 거래와 관련된 매입세액공제는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발생할 여지가 있다. 특히 거래상대방이 폐업을 하게 되는 경우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짜 세금계산서를 남발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금계산서를 받을 경우에는 반드시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고정거래처가 아닌 새로운 거래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다행히도 현재 국세청 홈페이지(홈택스)를 통해서 언제든지 사업자의 과세유형 및 휴업과 폐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사업자 여러분들은 주의를 기울여 억울하게 세금을 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조한호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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