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추궁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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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일 실무접촉 대표단을 배웅하던 정세현(통일부 장관)장관급 회담 남측 수석대표는 웃는 표정의 한 회담 관계자에게 '경고'를 줬다.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정부가 "짚을 것은 짚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힌 마당에,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이런 모습이 비춰지면 큰일이란 뜻에서다.

그렇지만 "책임자 문책도 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정부의 생각과 회담 결과는 적잖이 어긋났다.

북측 최성익 대표가 3일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지난달 25일자 유감 표명 대남전통문 수준으로 재차 언급했을 뿐 구체적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측은 오히려 "서해교전은 남조선의 계획적 도발"(2일·조평통 백서)이라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또 실무접촉 기간 중 북·유엔사 간 장성급 회담을 6일 개최키로 합의해 교전 사태를 북·미 간에 다루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사실상 실무접촉에서 교전 사태를 털어버림으로써 본회담 테이블에까지 오르는 것을 막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남측 이봉조 대표는 4일 "교전 문제가 초반 쟁점이 된 게 사실이지만 논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에 따랐다"고 말해 정부의 대북 요구에 한계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정부는 내심 회담 결과에 대한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북 쌀지원 등 향후 대북정책 추진에 서해교전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하다. 실무접촉을 마친 뒤 대표는 "서해교전 사태는 장성급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같은 시각 서울의 회담 관계자는 "남북 군사당국 간 회담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엇박자를 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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