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 1일자 사설> 북한과의 커피 한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의 만남은 단 15분 동안 커피 한 잔씩 마시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막혀있던 두 나라 사이의 막다른 골목을 뚫었다. 파월 장관은 향후 대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수출과 재래식 무기의 전진배치, 그리고 핵동결에 관한 1994년의 제네바 합의를 논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주 북한 정권은 자신들의 예측불가능한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수개월 동안 답변을 거부해 오던 미국의 대화 제의에 갑작스레 동의하고 남한과의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더욱 더 흥미로운 것은 지난달 1일 시작된 경제개혁이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김정일 정권은 시장경제의 도입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관측된다. 보도에 따르면 노동자 임금과 함께 식료품과 연료가격이 인상됐고 식량배급이 폐지되고 있다. 이같은 개혁조치는 중국과 러시아를 잇따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드디어 경제 자유화를 용인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개혁은 대외 관계개선 여부에 따라 그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북·미 관계개선의 출발점은 김정일 위원장에 있다. 그는 의심 많은 부시 행정부에 대량 살상무기의 생산과 판매를 포기할 것이란 확신을 줘야만 한다. 또한 국제사회의 핵사찰을 수용하고 휴전선 긴장완화와 북한의 자유화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