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대표 訪北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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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권에서 '도라산 프로젝트' 공방 제2라운드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대표가 2일 방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 한나라당측이 제기한 그의 방북설이 한층 무게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韓대표는 확대 간부회의에서 "방북 여부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내 스스로 결정할 것이며 가게 되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韓대표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하기 위해 8월 중 방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鄭의원은 이를 '도라산 프로젝트'라고 했다.당시 민주당은 "김정일에게 절하러 간다"는 鄭의원의 표현 등을 문제삼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반박했다. 이때만 해도 鄭의원의 주장은 정치권 소문 중 하나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민주당 이용범(李鎔範)부대변인은 韓대표의 이날 방북 시사 발언에 대해 "기회가 주어지면 한나라당의 공세와 상관없이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추진여부에 대해서 그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즉각 정치권에서는 韓대표가 임동원(林東源)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와 박지원(朴智元)비서실장 대신 대북 밀사 역할을 떠맡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말이어서 정부 관계자가 가면 '시효' 문제가 생기고, 朴실장은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데다 林특보도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金대통령의 신임이 있고, 햇볕정책의 적극적 지지자면서, DJ정권 이후에도 정치 일선에서 뛸 韓대표를 점찍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같은 韓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남북 정상회담을 대선에 이용해 정권 연장을 획책하려는 무서운 음모일 수 있다"고 비난했다. 鄭의원도 "韓대표는 결국 방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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