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미인 되려 애쓰지 말고 얼굴 개성 살리는 화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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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유행은 말 그대로 유행일 뿐입니다.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얼굴에 맞는 메이크업(화장)을 추구하는 게 중요합니다. 유행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바뀌지만 자신의 얼굴형이나 피부 톤(tone)은 고정돼 있으니까요."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 한국지사의 메이크업팀 오대식 팀장(38·경복대학 겸임교수·사진)은 "세계 어디를 가봐도 한국 여성만큼 자신을 잘 꾸밀 줄 아는 여성은 드물다"면서 "다만 유행에 너무 민감하다 보니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맹목적인 유행 추종은 일종의 자신감 결여일 수 있다. 그래서 모험을 감수하기보다 안전하게 남들을 따라하는 화장을 택하는 셈이다. 하지만 오팀장은 월드컵을 계기로 이런 '따라하기'경향도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스티 로더가 국내에 메이크업팀을 처음 만든 1997년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오팀장은 "한국에서의 화장품 소비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새로운 트렌드(경향)의 창조나 예측은 여전히 본사 몫"이라면서 "월드컵을 통해 한국인들의 미의식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만큼 이제는 트렌드를 만드는 역할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내 역할이 계절마다 본사에서 보내오는 메이크업 트렌드 분석 자료를 보고 이를 한국 여성의 얼굴에 맞게 응용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전세계적인 유행 메이크업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에스티 로더 본사는 오팀장에게 여름 화이트닝 메이크업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새로운 화장품 개발에 앞서 의견을 물어온 적은 있지만 메이크업 룩 개발 요청은 이번이 처음.

오팀장은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 1세대다. 분장사 개념밖에 없던 87년 국내 첫 화장 학원인 재팬 프로 메이크업 스쿨을 수료한 후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 초기에는 광고주가 '화장하는 데 무슨 돈을 주냐'고 할 정도로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한 인식이 없었지만 지금은 나를 교수로 초빙할 만큼 사회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웃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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