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감시카메라 노사갈등 새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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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명백한 노동·인권탄압이다."(광명시 K병원 노조)

"보안 및 업무활동 관찰을 위한 사업주의 권리다."(병원측)

작업장 내 폐쇄회로 카메라CCTV)가 노사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노조원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한 도구냐, 보안 등을 위한 사측의 정당한 장치냐를 둘러싼 논란이다.

갈등은 지난해 8월 전북 익산의 중소 제조업체 D사에서 처음 시작된 뒤 7월 말 현재 11곳에서 노사간 현안이 돼 있다.

광주시 환경위생노조가 그렇고,케이블TV인 B사와 D조선·J고속,그리고 K대학병원을 비롯한 P·W·J·H·K·N병원 등 7개 대형 병원에서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D사의 경우 사측이 공장 근로자들의 사전 동의 없이 공장 안에 CCTV 8대를 설치하자 노조가 이의 철거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노측은 노동부에 불법감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해석을 의뢰했고, 노동부는 "감시용 카메라의 설치는 사용자의 전속적인 권리로 쟁위행위 대상이 아니다"며 노측에 불리한 유권해석을 했다. 이에 따라 사측이 노조원 1백여명을 징계했고, 노조측은 민사소송으로 맞선 상태다.

이와 관련,민주노총·민변·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노동자 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은 1일 기자회견을 열어 "폐쇄회로를 이용한 사업주들의 노조활동 방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에 이를 제한할 법규를 만들라고 촉구했다.

◇"생리현상까지 감시"=K병원 조무사 金모(여)씨는 "지난 6월 병원측이 병동과 간호사실 등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부터 누군가 생리 활동을 훔쳐보고 있다는 치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측은 "환자와 가족의 무단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지 근무감시가 아니다"고 밝혔지만 노조측은 "비노조원인 의사실에는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J고속 노조는 "운전기사가 승객 운임을 착복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버스에 카메라를 설치해 감시했다"고 주장한다.

◇기준 필요할 때=문제는 이처럼 노측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데도 이의 판단근거가 될 규정이 없다는 데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감시용 카메라를 통한 근무 관찰이 새로운 현상이라서 노동·인권침해 기준 등의 규정을 아직 갖추지 않고 있다"면서도 "특별히 문제 소지가 없는 한 사용자의 권한으로 간주돼 쟁의행위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캐나다 등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따라 고용주의 직장 내 개인정보 수집 범위와 방법을 정해놓고 법원이나 관련 정부기관이 노조활동·인권침해 여부를 가리고 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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