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韓체제 결국 무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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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한화갑(韓和甲)대표가 제기한 '백지(白紙)신당론'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후보-한화갑 대표'로 상징돼온 주류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31일 韓대표 측은 "盧후보와 이견이 없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盧후보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韓대표의 발언 중 후보사퇴 부분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내 각 계파는 신당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세(勢)결집에 나서는 양상이다.

◇盧,"재경선은 민주당 틀 안에서만 유효"=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신당은 참여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있는 것이지 구당(舊黨)에서의 지위를 던지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盧후보는 '더 나쁜 상황'이 와도 후보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신당 창당 작업에 돌입하더라도 후보 지위는 유지할 것이며, 자신이 소수파로 남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마찬가지의 선택을 할 것이란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盧후보는 자신이 제안한 재경선도 민주당이란 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물론 후보는 "韓대표와는 신뢰를 갖고 함께 간다"고 누차 강조했다.하지만 내부적으론 韓대표에 대한 앙금이 걷히지 않은 모습이다. 韓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와 (신당문제에)전혀 이견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상한 각오로 당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며 "내일 盧후보와의 정례조찬에서 말끔히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盧후보 측근들은 "할 말 다 해 놓고 이견이 없다니 무슨 소리냐"며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아니냐"고 불쾌해 했다.

◇"盧후보는 결단해야""신당론은 국민경선 부정"=주류와 비주류 의원들간에는 신당지지 여부를 둘러싼 릴레이 성명전이 벌어졌다.

비주류 송석찬(宋錫贊)의원은 "盧후보는 개인적 아집을 벗고, 사퇴하라"며 "이한동(李漢東)·정몽준(鄭夢準)의원 등을 영입하고 자민련 등과 합당해 거국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구(姜成求)의원도 "盧후보의 기득권 포기로 김덕룡(金德龍), 정몽준, 이한동, 박근혜(朴槿惠)의원을 영입하자"는 성명을 냈다.

이날 盧후보 지지의원들이 주축이 된 개혁연대 준비모임이 회동하자 정균환(鄭均桓)총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중도개혁포럼도 조만간 모임을 갖기로 하는 등 당내 계파별로 세대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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