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이 끝난 무역위 '마늘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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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산 마늘의 세이프가드 연장을 위한 조사를 기각한 무역위원회의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각 결정이 내려졌던 지난 29일 무역위원회 회의에 소관부처인 농림부는 사무관 한명만을 달랑 출석시켜 마늘정책을 설명하도록 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당초 무역위원회는 농림부측에 김재수 농산물 유통국장의 출석을 요구했었다. 이 바람에 회의에서 마늘 농민과 농협 관계자들이 "마늘 농가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인 대책이 뭐냐"는 질문을 했으나 담당자로부터 "큰 정책방향에 관한 사항인데 책임있는 답변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답변만을 들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30일 사표를 제출한 전성철 위원장도 이에 대해 "도대체 말이 안된다. 회의 시작 직전까지 농림부로부터 국장이 나오지 못한다는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농림부 관계자는 "담당국장은 이날 외부회의가 있어 마늘 업무만 14년을 담당해온 전문가인 사무관을 대신 보냈다"며 "정책사항은 자료를 충분히 설명해 따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이번 무역위원회의 결정은 정부의 마늘대책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나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농협 관계자는 "일단 조사를 개시해 놓고 나중에 세이프가드 연장을 건의할지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은데 조사 자체를 기각한 것은 무역위원회의 직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농민단체들의 항의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마늘산업 안정에 쓰겠다는 돈은 1조8천억원이나 되지만 이중 1조2천5백25억원은 마늘 수급 및 가격안정 자금으로 마늘값이 떨어지면 어차피 집행하기 힘든 돈"이라며 "마늘농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금은 올해 94억원에서 내년엔 74억원으로 오히려 줄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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