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성 없는데 왜 위법이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장상 총리서리가 이틀간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법(法)의식이 논란을 빚고 있다.

張총리서리는 30일 한나라당 심재철(在哲)의원이 "위장전입은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실수이지 위법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주민등록지에 거주하지 않았던 점은 맞지만 투기를 노린 고의성이 없었기 때문에 법률위반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법의 문제를 윤리의 문제로 바꾼 셈이다. 그러면서 "대학생들의 주소지가 대구지만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게 위장전입이냐"고 반문했다.

의원이 "고의성이 없었더라도 주민등록법을 어긴 건 사실 아니냐"고 거듭 추궁했지만 張총리서리는 끝까지 "의도가 없었는데 위법이 될 수 없다"고 버텼다.

▶의원=사후 정상참작을 할 순 있지만 법원에서 준법과 위법은 사실관계로만 따진다.

▶張총리서리=위법이냐 아니냐를 따질 때부터 정상참작을 해야 한다.

▶의원=도로교통법을 위반했을 때 경찰이 의도가 없었다고 봐주나.

▶張총리서리=청문회장이 법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장남이 1977년에 국적을 포기했는데도 두달 만에 주민등록이 회복된 것은 '허위신고에 의한 주민등록 취득'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주민등록이 되살아난 것을 모른 것은 불찰이지만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편법이란 말을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또 같은 당 박승국 의원이 "총리서리제가 헌법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묻자 張총리서리는 "헌법엔 없지만 관행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朴의원이 "헌법상 없는 규정을 만드는 건 위법"이라고 말하자 張총리서리는 "그게 위법이라면 왜 50여년간 계속해 왔나. 전임총리도 서리였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張총리서리는 "서리제가 위법이라면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가 된다"면서 "헌법에 서리는 없지만 권위있는 기관에서 서리를 불법이라고 판시하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張총리서리는 "하늘을 우러러 자신없으면 이 자리에 못 온다. 위법성이나 고의성이 없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한 것뿐인데 나더러 거짓말이라도 하란 것이냐"라고 말했다. 청문회에 참여했던 민주당의 한 의원은 "도대체 총리가 될 사람이 법에 대해 이렇게 모를 수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