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사업 유치" 도시는 공사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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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의 젖줄인 양쯔(揚子)강 하류에 위치한 저장(浙江省)성의 항저우(杭州)시에서 준고속도로를 이용해 남서쪽으로 세시간여를 달리면 인구 4백50여만명의 진화(金華)시가 나타난다. 이 곳은 중국 내륙의 중심을 관통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중국내 최대 규모의 소상품 도매시장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물자교역이 활발한 도시다. 지난 12일 한국투자조사단과 함께 둘러본 진화시는 도시 전체가 공사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대역사가 진행 중이었다. 상하이(上海)의 푸둥, 싱가포르, 홍콩 등이 경제특구를 내세워 비즈니스의 중심지(허브) 경쟁에 뛰어들었다면 이곳 진화나 항저우 등은 굴뚝산업의 중심지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잠시도 견디기 어려운 섭씨 38~39도의 폭염 속에서도 도심의 한켠에서는 공단의 택지 조성을 위해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먼지를 뿜어내며 쉬지 않고 움직였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공장을 세우기 위한 골조공사가 마치 1백m 경주에 나선 육상선수들처럼 앞다퉈 진행되고 있었다.

안내를 맡았던 시 당국의 한 관리는 "올해 말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항저우까지 1시간30분에 주파할 수 있다"면서 "교통여건이 나아지면 외국투자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화시 대외무역교역 합작국의 잉빙싱(應炳興)국장은 "중국의 자동차공업 중심도시인 창춘(長春)과 상하이의 배후 시장을 배경으로 자동차부품업을 특화해 공단을 유치하는 것에 시 발전의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시의 러우양성(樓楊生)시장은 "이곳은 대대적인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투자환경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면서 "특히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이웃사촌인 한국 기업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명함에 교통의 요지로서의 진화시의 입지를 강조한 지도를 그려넣고 다닐 정도로 투자유치에 적극적인 樓시장은 "한국 기업인들이 중국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樓시장은 "한국 투자가들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철저한 현지 답사 등 사전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면서 "특히 중국측 합작파트너와 마음을 털어놓고 모든 문제를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화시에서 최근 자동차 부품공장을 짓고 있는 한국인 S사장은 "사업을 하겠다고 중국에 건너오는 분들 대다수가 중국을 너무 몰라 실패를 자초하고 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중국에 건너온 지 3년째에 접어든 S사장은 중국 내 여러 도시를 전전하다 현재 진화시 공업단지에 새 공장터를 잡고 '차이나 드림'을 일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중국에 자주 왕래한다고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말만 믿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라면서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는 급하게 서둘면 안되며 중국 당국의 투자유치 유인책을 적극 활용해야 적합한 사업파트너를 소개받을 수 있고 사기를 당할 위험을 피해 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저장성 진화(金華)=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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