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는 기분"… 비교적 차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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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상 총리서리는 29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하면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랜만에 시험을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張서리는 청문회장에서 비교적 차분하고 또렷한 말씨로 의원들의 추궁에 대처해 나갔다. 장남 국적·학력 문제 등 이미 언론을 통해 한번 걸러진 이슈들이 많은 탓인 듯했다. '모범답안' 준비를 충실히 한 인상이었다.

총리서리제의 위헌성에 대해 "반세기 이상 내려온 헌정의 관행이고 국정공백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답한 부분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면서 곤란한 질문은 적당히 비켜가는 요령도 보였다. 전용학(민주당)의원이 "대통령 부인이 총재로 있는 '사랑의 친구들'의 이사 17명 중 9명이나 요직에 발탁됐다"고 지적하자 張서리는 "지금 말씀하시니까 그러네요"라며 웃으며 넘겼다. 함승희(민주당)의원이 "총리 재직시 서해교전 사태가 일어났으면 어떻게 대처했겠느냐"고 묻자 "가정(假定)에 대해선 얘기를 삼가려 한다. 이번에 (아들 국적 문제로)너무 혼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張서리도 심재철(한나라당)의원이 '위장전입' 문제를 거론하자 평상심을 잃었다. 의원이 계속 몰아붙이자 張서리는 "이것은 한 사람의 도덕성 문제니까 저도 답변할 기회를 가져야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날 가장 큰 쟁점인 위장전입 문제에서만큼은 철저히 "시모(媤母)가 한 것 같은데 나는 모르는 일"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의원이 "살지 않으면서 주민등록만 옮겨놓은 게 바로 위장전입 아니냐"고 수차례 몰아세우자 그는 흥분한 어조로 "동의 못한다. 왜곡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작업이다. 나는 투기와 위장을 안했다"고 반박했다.

학력 등에 대해서도 "비서나 조교들이 잘못 쓴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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