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경제 정책은 변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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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강세장(强勢場)은 이제 진짜로 끝났다. 그럼 책임있는 당국은 지금 뭘 해야 하나. 가장 적절한 첫걸음은 "경제의 기초(펀더멘털)가 좋다"는 찬사를 늘어놓아 시장을 뜨게 만들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것이다."펀더멘털이 좋다"는 식의 발언에는 실망의 그림자가 묻어난다. 현재 주식가격은 기업소득과 비교할 때 너무 고평가돼 있다. 미국 경제의 기초도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가장 절실한 문제는 기업 개혁이다. 공정하게 대접을 받는다는 확신을 못갖는 투자자는 언제라도 돈을 챙겨 떠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경제회복을 위해 기업 개혁에만 목을 맬 수도 없다. 신뢰는 한번 상실해도 곧 회복시킬 수 있는 손쉬운 물건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펴보자. 강세장이 끝나면서 장기적인 연방재정에 대한 전망은 가장 비관적인 예측을 뛰어넘을 정도로 악화됐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는 10년 만에 돌아온 예산적자의 현장을 보고 있다. 예산적자는 사회보장과 의료분야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경기회복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긴축 재정을 서두를 때도 아니다. 오히려 연방정부는 더 많은 돈을 경제에 쏟아부어야 한다. 딜레마처럼 보이는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답은 '일단 고삐를 풀고 경제가 충분히 회복됐을 때 고삐를 조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돈이 없어 허덕이는 주정부를 돕는데 나설 수도 있었고 연방재정 적자가 걱정된다면 '조세감면조치 적용'을 미룰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1999년 가을 이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미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결코 재앙적이지 않다. 나를 겁나게 만드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이 너무 융통성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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