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엘스 브리티시 패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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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사진)가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떼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규 4라운드 72홀 경기로는 모자라 사상 처음으로 네명이 벌인 4홀의 플레이오프, 이어서 서든데스의 재연장전까지 치렀으니 꼬박 77홀에 걸친 대혈전이었다.

엘스는 2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링크스(파71·6천3백31m)에서 끝난 브리티시 오픈에서 연장을 거듭하는 접전 끝에 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1994년과 97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5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엘스는 은빛 찬란한 '클래릿 저그(우승 트로피)'와 함께 1백20만달러(약 14억4천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비가 갠 뒤 바람마저 잠잠한 쾌청한 날씨 속에서 두 타차 우세를 안고 4라운드 경기를 시작한 엘스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12번홀까지 세 타를 줄여 2위 그룹과 2~3타차의 우세를 지키며 순항을 거듭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16번홀(파3)에서 나온 어이없는 더블보기 하나에 상황은 급변했다. 단독 1위에서 공동 4위로 추락한 엘스에게 남겨진 홀은 단 두개. 엘스는 다행히 17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18번홀을 파로 세이브해 스티브 엘킹턴·스튜어트 애플비(이상 호주)·토마스 르베(프랑스)와 함께 합계 6언더파 2백78타로 동타를 이뤄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네명이 1번(파4), 16번(파3), 17번(파5), 18번(파4)홀에서 4홀 플레이오프로 승자를 가리는 플레이오프. 엘스는 특유의 물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스윙으로 네개 홀을 모두 파로 막아 1번홀 버디에 이어 18번에서 보기를 범한 르베와 힘겹게 동타를 이뤘다. 엘킹턴과 애플비는 각각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탈락했다.

서든데스 방식의 맞대결은 다시 18번홀에서 벌어졌다.

르베는 아이언 대신 드라이버로 티샷하다가 페어웨이 왼쪽 항아리 벙커에 공을 빠뜨려 위기를 자초했다. 힘겹게 벙커를 탈출한 르베는 세번째 샷을 그린 왼쪽 끝에 떨어뜨렸으나 파퍼트에 실패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에 비해 엘스는 아이언으로 티샷했다. 두번째 샷을 그린 왼쪽 벙커에 떨어뜨려 위기를 맞았으나 환상적인 리커버리 샷으로 공을 홀 1.5m거리에 떨군 뒤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엘스는 2000년 브리티시 오픈과 US오픈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뒤져 준우승에 머물렀고, 같은 해 마스터스에서도 2위에 오르는 등 97년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다섯차례나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전날 10오버파의 부진을 보였던 우즈는 6언더파를 몰아쳐 합계 이븐파 2백84타로 28위에 올랐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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