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재보선뒤 黨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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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가 8·8 재·보선 뒤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후보는 20일 부산 부산진갑 이세일(世逸)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8월 말이나 9월 초 당을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 12월 대선이 끝날 때까지 당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의 발언은 우선 당 안팎의 '반(反)이회창-비(非)노무현'진영 연대 움직임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8월 말 선대위 발족'은 사실상 8·8 재·보선 이후 비주류 측이 전면적 사퇴 압박을 가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다. 후보는 그동안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해 왔지만 후보직 사퇴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경계해 왔다.

한 핵심 참모는 "당이 지금처럼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서는 희망이 없다"며 "8월 말까지는 누구의 도전도 다 받아주겠지만 9월부터는 내부 분란 없이 일사불란하게 끌고 나가야 한다는 게 후보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중도·비주류 세력을 최대한 끌어안되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없는 일부 비주류는 걸러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후보 주변에선 비주류 측이 모색하는 '중부권 신당' '제3후보 영입론'에 맞서는 '노무현 신당론'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후보 체제로 끌고가자는 주장이다.

후보가 6·13 지방선거 이후 80여명의 의원을 개별 또는 그룹별로 만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편 후보는 부산지역 사회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한 이 자리에서 "1987년 6월 항쟁 때 길거리에서 함께 뛰었던 동지들과 나를 국회의원 만들어주기 위해 봉사해 줬던 젊은 친구들이 다 모였다"며 좌중을 돌아보다 "6월 항쟁 때로 한번 더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한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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