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개 全은행 상반기 흑자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올 상반기 국내 전 은행이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이는 등 은행 경영이 크게 건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공적 자금 지원과 신용카드 사용 급증 등 외부의 덕을 본 부분이 많아 아직 금융구조조정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기엔 이르다.

금융감독원은 19일 국내 20개 은행의 상반기 순익이 4조8백99억원에 달해 지난해 상반기(3조1천56억원)보다 31.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처음으로 반기 순익 1조원 시대를 맞았고,우리은행도 7천억대의 순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대규모 흑자는 무엇보다 이자를 못 받는 부실여신을 털어버린 덕이다.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고정 이하 여신)은 2.4%로 3월 말의 3.1%에서 0.7%포인트 하락해 처음으로 2%대에 들어섰다.

정부는 은행에 1997년 11월 이후 출자 33조9천억원, 출연 13조6천억원, 자산매입 14조원, 부실채권매입 14조5천억원 등 86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부실기업이 빌린 돈을 떼먹어 구멍난 은행 금고를 정부가 메워준 셈이다.

과열 양상을 빚은 가계대출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세금혜택으로 사용이 급증한 신용카드 덕을 크게 보았다. 은행 수익의 36%를 신용카드 사업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물론 은행 스스로 부실기업과 거래를 끊고, 몸집을 줄이는 등 자구노력에 적극 나선 것도 주효했다.

은행 수가 33개에서 20개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단행된 인력 감축, 점포 폐쇄 등은 오버뱅킹(Over-Banking·은행공급과잉)을 해소하고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 교보증권 성병수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은행영업이 안정을 되찾아 앞으로 순이익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으나 당분간 순이익규모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은행이 지나치게 이익만 좇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원가를 따져 보니 수지가 안맞는다며 창구를 이용하려는 고객에게 현금인출기를 쓰라 하고, 소액 예금은 아예 이자를 주지 않고 각종 수수료는 올렸다. 이처럼 수수료를 챙기다 보니 수수료 부문 이익이 은행 고유업무인 이자부문 이익을 웃돌고 있다.

배성환 예금보험공사 리스크관리 1부장은 "기본적으로 공적자금이 들어가 깨끗해진 은행이 이익을 못낸다면 이상한 일"이라며 "최근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예금 금리는 올리지 않아 발생한 시차 이익도 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흑자를 낸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회피하며, 외환위기 전처럼 자회사 신설 등 확장 경영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