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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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

옥수수의 잎사귀가 날린다

다산형(多産型) 공주님을 지키는 늙은 무사의

큰 칼날이다.

2

나는 여러 가지의 마음을 가졌다.

한 대의 옥수수가 그 많은

씨앗을 가졌듯이.

-전봉건(1928~88)'옥수수 환상가' 중

이상(箱)은 옥수수밭을 보고 '일대 관병식(觀兵式)'이라고 했다. 어떤 군대인가 했더니, 전봉건의 시가 그 정체를 일러준다. 붉은 수염의 늙은 무사들. 공주가 몸을 풀면 그들은 무기를 반납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쉴 것이다. 오뉴월 뙤약볕을 견디는 무사들과, 세세연년 이어낼 수많은 생명들이 있어 옥수수왕국은 희망차다. 마음의 씨앗이 많다는 것, 그것도 희망찬 일 아닌가.

윤제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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