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령회사 통해 비자금 1000억 조성 세금 400억 탈루한 중견기업 대표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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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해외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1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4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A사 대표 박모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2000~2008년 홍콩 현지법인을 청산하는 것처럼 꾸민 뒤 해당 법인에서 발생한 소득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또 이 돈을 대표적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려 해외 호텔·운수·금융사업 등에 투자해 얻은 이자배당 소득을 숨겼다. 국세청은 A사가 이 같은 방법으로 모두 1137억원의 해외소득을 감춰 437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사는 비상장 중견 제조업체로, 박 대표는 1980년대 미국·유럽 수출로 상당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납세자의 날 때 세무서로부터 상을 받은 적도 있다.

국세청은 5월 25일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를 가동해 해외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불법 유출한 4개 기업과 사주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외 펀드 투자를 가장해 돈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스위스·홍콩·싱가포르 등 해외 금융계좌에 돈을 관리했고 ▶케이맨·영국령 버진아일랜드·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당시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 기업들의 탈루소득 6224억원에 대해 3392억원을 과세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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