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대비 / 준비 /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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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어려움을 예측하고 대비했더라면 사정이 지금보다는 나아졌을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맏딸의 결혼 준비로 바쁘시다.” “아내는 외출할 채비가 아직 덜 됐는데 남편은 벌써 문밖에서 소리를 지른다.”

‘대비’ ‘준비’ ‘채비’에는 모두 ‘갖출 비(備)’자가 들어 있어 구별해 쓰기가 쉽지 않다. 사전을 찾아보자. ‘준비’는 미리 마련하거나 갖추는 것을 이른다. ‘대비’는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대응하고자 미리 준비함을 뜻한다. ‘채비’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 자세 따위를 미리 갖추어 차림. 또는 그 물건이나 자세’를 의미한다.

“그는 등산을 갈 준비를 차렸다.” 이 문장의 ‘준비’는 ‘채비’가 더 낫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등산에 필요한 구체적인 물건 등을 미리 갖추어 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약점 확인해 외고 시험 집중 채비해야”에서는 ‘채비’가 아니라 ‘준비’를 쓰는 것이 정확하다.

‘준비’가 이미 아는 일, 당면해 있는 일을 대상으로 한다면 ‘대비’는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시간적으로 좀 먼 앞일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외연 의 폭을 비교하면 대비>준비>채비 순이 될 것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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