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모로코 충돌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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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축구장 크기만한 지중해의 무인도를 놓고 스페인과 모로코가 군사 충돌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모로코 정부가 11일 군인 12명을 스페인령 바위섬 페레힐(지도)에 상륙시킨 것이 발단이다.

페레힐은 모로코 북부 해안에 있는 스페인의 세우타시에서 불과 6㎞ 떨어진 전략 요충지다. 이 때문에 스페인과 모로코간 영토 논쟁의 대상이 된 지역이다.

스페인은 "1580년 포르투갈로부터 세우타의 영유권을 넘겨받으면서 당시 세우타 영토의 일부인 페레힐 역시 스페인의 영토로 편입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모로코는 "스페인의 세우타 영토권을 명시한 법령에 페레힐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종주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모로코의 이번 군사행동은 '영토 장악을 위한 선수치기'의 성격이 짙다.

스페인 정부는 즉각 대항에 나섰다. 일단 항의서한을 통해 철수를 요구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에게 중재도 의뢰했다.

압델라만 유수피 모로코 총리는 프로디 의장과의 전화통화에서 "페레힐 문제에 대한 긴급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모로코 정부 대변인은 "영속적인 주둔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스페인 정부도 실력행사에 나섰다. 우선 아프리카 북부 해역의 해군력을 증강시켰다. 헬리콥터 4대도 긴급 배치됐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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