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타고 국토 종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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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승마가 축구만큼 재밌다는 걸 알리겠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은 '애마(愛馬)대학생'들이 승마 이미지 개선을 위해 국토종주에 나선다.

다음달 1일 서울에서 제주도에 이르는 6백여㎞ 대장정에 돌입하는 서울·국민·경원대 등 3개대 승마부 회원 14명이 그 주인공.

'대한청년 기마대'로 이름붙인 이들은 말 12마리에 나눠타고 보름 동안 10여개 도시를 누비며 시민들을 상대로 승마교실도 열 예정이다.

이들이 이번 종주를 기획한 것은 지난 4월. 연습을 위해 찾은 경기도 원흥농장 강석태(64)원장으로부터 "말은 1백년 전만 해도 취미가 아니라 필수적인 교통수단이었다"는 말을 듣고서였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덴 어려움이 따랐다.

말 한마리 가격이 수백만원을 호가해 회원들이 비상금을 털고 용돈을 가불해도 다섯마리밖에 살 수 없었다. 결국 나머지 말은 姜원장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또 아스팔트 길에 익숙지 않은 말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큰 일이었다.

하지만 경기도 포천에서 덕소에 이르는 1백㎞ 구간을 네번이나 오가는 동안 걱정은 점차 자신감으로 변해갔다.

요즘도 주말마다 훈련을 계속하고 있는 이들이 이번 종주에 나선 또 한가지 목적은 선조들의 파발마 길을 복원한다는 것. 경기대 사학과 최병로 교수 등 전문가로부터 조언까지 받았다.

기마대 회장 김제규(27·서울대)씨는 "벌써부터 출발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옛 말길을 따라 달리며 기마민족의 혼(魂)을 마음 속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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