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간 '수사기밀 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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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병 처리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신승남 전 검찰총장과 김대웅 광주고검장(전 서울지검장)이 공무상 비밀 누설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총수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형사 소추된 것은 옷 로비 사건에 이어 두번째다.

검찰총장과 서울지검장은 검찰의 핵심 수뇌부다. 그들이 수사 진행 상황을 외부에 알려주고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처벌 대상이 된 것은 검찰 조직 전체의 수치이고 불명예다. 특히 상대방이 대통령 아들과 집사라는 점에서 검·권(檢·權)유착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권력층을 향한 검찰 간부의 수사 정보 누설은 실정법 위반 여부를 떠나 우선 정서적으로 용납이 안된다. 알려준 사건 정보가 수십억원의 사례비와 맞바꾸는 범죄에 이용됐으니 더욱 문제다. 범죄 예방과 처벌 업무를 맡은 검찰 간부가 범죄를 조장한 것과 마찬가지다. 울산지검의 경우 당시 愼대검차장의 선처 지시가 내사 중단 등 사건 처리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으니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일관되게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가벌성과 법리 문제에 대한 이견이 제기돼 갈등을 겪었다. 직접 증거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라서 사법부 판단이 주목된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불구속 기소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본다.

이 사건은 평소 검찰 간부들이 권력층에 대해 어떻게 처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검사들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야 한다는 교훈을 명시적으로 남겼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건 처리를 둘러싼 그동안의 그릇된 관례와 관습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한편 정치적 중립에 대한 검찰 스스로의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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