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3승4패·방어율 8.01 "찬호가 기가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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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바뀐 환경을 너무 의식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자신감을 잃게 됐다."

열한번의 등판에서 딱 한번의 퀄리티스타트.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사진)의 올 시즌 전반기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가 말해주듯 부상과 부진의 악순환이었다. 자신의 말처럼 레인저스로 팀을 옮기며 에이스로 위치가 바뀐 데 대한 부담이 지나쳤다. 의욕은 앞섰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두고 무리한 데 따른 허리 부상의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허벅지 부상과 투구폼 수정 실패까지 맞물리면서 LA 다저스 시절의 구위를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주무기였던 직구의 최고스피드가 1백50㎞를 간신히 넘고 있다. 한창 때보다 3~5㎞ 떨어진 수치다.

3승4패, 방어율 8.01의 성적은 박찬호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다. 11경기에서 홈런을 10개나 내줬다. 왼손타자에 대한 약점도 다시 드러났다.

최근 2년 동안 왼손타자를 제압했던 주무기 투심패스트볼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무뎌졌다. 왼손타자의 바깥쪽으로 낮게 꺾여야 하는데 밋밋하게 가운데로 몰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장타를 허용하고 있다.

희망의 조짐이라면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진 것뿐이다. 오럴 허샤이저 투수코치가 부임하고 나서다. 두번 다 승리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서서히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월 중순 그라운드 러닝을 시작하고 나서 하체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는 게 본인의 말이다.

박찬호는 6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도 6과3분의1이닝 동안 9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다. 팀이 막판에 역전승, 패전투수가 되진 않았지만 믿음직한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빠른 공의 위력이 없었다.

박찬호는 올스타 휴식기간을 거쳐 오는 12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선다. 그의 후반기는 빠른 공의 회복 여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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