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더 레즈' 티셔츠 디자인한 박영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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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번 월드컵의 최고 히트상품이었던 붉은 악마 티셔츠에 새겨진 글자 '비 더 레즈(Be the Reds)'를 디자인한 박영철(40·네오지아 디자인 기획실 소속 디자이너)씨. 그에게 요즘 의류 등 각종 업체의 저작권 계약과 관련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朴씨는 지난해 4월 붉은 악마 관계자에게서 '비 더 레즈'도안을 의뢰받고 개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 무척 고민했다.

그는 외국 사례와 월드컵 관련 자료를 모아 '12번째 선수가 되자'라는 개념을 택했고, 한국적 이미지를 넣기 위해 붓으로 글씨를 쓰기로 했다. 노루털 2002개를 정성스럽게 모아 붓을 만들고 한지 한 묶음을 가져다 글씨 연습을 했다. 한달 동안 밤잠을 설친 끝에 그는 온국민을 붉은 악마로 만들 수 있을 만큼 힘있는 글씨체를 만들었다.

또 레즈의 'R'자는 12번째 선수인 응원단을 표현하기 위해 숫자 12를 형상화했다. 첫 글자인 R과 마지막 글자인 s의 끝이 만나도록 디자인한 것은 성적과 상관없이 끝까지 응원하자는 뜻에서였다.

붉은 악마 티셔츠는 2천여만장이 팔린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그가 손에 쥔 것은 디자인 시안료 2백만원에 불과하다. 많은 업체가 작품을 무단 복제, 유통했기 때문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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