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 축제'조심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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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꽃놀이·시가행진·바비큐 요리는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의 3대 상징이다. 시가행진이 끝나고 밤이 되면 화려한 불꽃이 미국 전역의 하늘을 수놓는다. 미국 내 연간 화약 소비량의 95%가 이날 밤 한꺼번에 없어진다는 통계도 있다. 또 이날 하루 동안 공원이나 주택가 잔디밭마다 바비큐 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처음 맞은 이번 독립기념일의 풍경은 다소 색다른 느낌이다. 독립기념일을 노린 테러 가능성 때문에 전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대도시 상공을 날고 있다. 수도 워싱턴 시내 간선도로는 아예 통제됐다.

시가행진 및 불꽃놀이의 중심지인 워싱턴 의사당 서쪽 광장 및 모뉴먼트탑 주변에는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검색대가 잔디밭 위에 임시로 설치됐다. 백악관 앞쪽에는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5백여m의 목책이 쳐졌다.

그러나 이날 오전 행사장에서 접한 미국인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차를 두고 전철과 지하철로 워싱턴 시내에 들어오는 인파가 줄을 이었다. 지하철이 보안상 이유로 행사장 바로 앞쪽의 스미소니언 지하철역을 그대로 지나쳐 5백여m 떨어진 MCI역에서 멈췄을 때도 승객들의 별다른 항의는 없었다.

30여분을 줄지어 기다린 끝에 검색대에 이르러 양팔을 벌리고, 핸드백까지 경찰에 내보이면서도 그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버지니아 페어팩스에서 왔다는 브라이언 힐은 "많은 이들이 지방으로 휴가를 떠나고 심한 검문검색 때문에 행사 참석자수가 지난해보다 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방송으로 전세계가 지켜볼텐데 미국인이 테러에 겁먹고 행사장에도 안나온다는 말을 들을까 싶어 애써 나왔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경찰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예상인원(40만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으로 몰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적어도 시민들의 표정에서는 테러의 불안을 찾아볼 수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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