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기술 개발 생산비 크게 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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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대학연구팀이 반도체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공정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서울대 응용화학부 이홍희(58·사진)교수 연구팀은 열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도체 표면에 회로를 새기는 '상온 각인 인쇄공정'을 개발했다고 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반도체 제작비용의 60%를 차지하는 인쇄공정 비용을 현재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계기사 3면>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앞으로 2~3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쓰고 있는 각인 인쇄공정은 1백~1백30도의 고온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인쇄를 수차례 반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상온에서도 작업이 가능해 장비 설치비 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비용 절감 외에 이 기술은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로의 선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빛을 이용한 노광공정은 회로 선폭을 65나노m(1나노m는 10억분의 1m) 이하로 낮출 수 없지만 상온 각인 인쇄공정을 사용할 경우 10나노m까지 회로 선폭을 낮출 수 있다.

이와 관련, 세계적 과학학술지인 '네이처'는 지난 6월호에서 '반도체 생산비용이 늘어도 기술향상 때문에 반도체 판매가격은 적정 수준을 유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최근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각인 인쇄공정은 향후 20년간 무어의 법칙을 지속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양선희·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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