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러大使 '썰렁한'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지난 26일 데무라즈 라미쉬빌리 주한 러시아 대사의 예방을 받고 환담한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다. 라미쉬빌리 대사는 "25일 한국-독일 축구경기에서 한국팀을 열렬하게 응원하니까 함께 관람하던 주한 독일대사가 '러시아는 유럽팀인데 왜 아시아 국가를 응원하느냐'고 묻더라"고 덕담을 했다.

듣고 있던 후보는 갑자기 "진짜 이유가 뭐요"라고 질문했고, 라미쉬빌리 대사는 다소 당황하면서 "브라질·독일 등은 원래 축구 강국이지만 한국이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잘 싸웠다"고 응대했다. 후보는 또 "요즘 러시아가 자존심이 떨어지거나 기가 죽어 있을지 모르지만 러시아의 장래가 밝다고 본다"며 "러시아는 고난받고, 또 이를 극복한 역사가 있어 호감을 갖는 우리 국민이 많다"고 했다.

그러자 라미쉬빌리 대사는 "정치·경제와 축구는 서로 다른 문제"라면서 "가난한 브라질과 나이지리아 등이 축구는 잘 하지만 정치·경제가 잘 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이 광경을 본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대국으로서 자부심이 강한 나라인데 자존심이 상해 비꼬는 말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