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미국 유학생. 족집게 학원찾아 한국행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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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에 재학중인 1.5세 김모(21)씨는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떠났다. 졸업 후 로스쿨 진학을 계획중인 김씨는 친척집에 머물며 서울 강남역 근처 LSAT 학원에 다니고 있다. 중부 한 주립대에 재학중인 유학생 최모(27)씨도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비즈니스 스쿨에 재학 중인 최씨는 서초구의 한 CPA 학원에서 미국 CPA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졸업 전 CPA 자격증을 따겠다는 것이다.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한국 학원으로 향하는 유학생과 1.5세 및 2세들이 늘고 있다. 방학 시즌만 되면 서초 및 강남 지역 학원가에는 미국에서 온 학생들이 늘어나곤 했지만 올해는 유독 더 많이 몰리고 있다고 학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강남역에 위치한 카플란 어학원측은 "LSAT 여름방학 코스의 70%이상은 미국에서 온 유학생과 1.5세 및 2세들"이라며 "자리가 없을 정도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초부터 교대역에 위치한 한 아이파 CPA 학원에 다니고 있는 취업준비생 정모(30)씨는 "방학 시즌만 되면 미국에서 온 학생들이 부쩍 늘어난다"며 "쉬는 시간에 재학 중인 미국 학교 이야기를 듣는 일이나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한국행은 GRE.GMAT.LSAT(미 대학원 입학시험)과 미국 CPA 자격증 시험에 대비하는 '족집게'식 수업 때문이다. 단기간에 고득점을 얻기위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데는 '한국 학원'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MBA 진학을 위해 필요한 GMAT의 수학 파트는 한국 학원의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학원비는 큰 부담이 안 된다는 것이 학원생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LSAT 과정을 예로 들면 LA지역 카플란은 14회 수업에 1300여 달러가 들지만 한국내 같은 학원은 32회 수업에 1200여 달러다. 체류비는 유학생 경우 부모집에서 지내 무관하며 1.5세 및 2세들은 대부분 친척집에 머물러 목돈이 들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수기 비행기 요금 정도가 큰 비용이다.

미국에 머물며 한국 학원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학원 계좌에 직접 국제 송금을 하거나 한국의 친인척 등을 통해 결제를 마친 후 수업을 듣는다. 서초구에 위치한 민스 LSAT 학원 관계자는 "LSAT 점수 향상을 온라인 강의를 신청하는 대부분은 미국 거주 학생들이다"며 "수강신청 즉시 교재를 직접 미국으로 배송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국 학원' 수강 붐의 또다른 이유는 경제한파 속에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지면서 일단 대학원에 진학한 뒤 경제상황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이유도 있다.

동부지역 주립대에 유학중인 권정준(26)씨는 "취업시장이 얼어붙어 일단 대학원을 가기로 결심했다"며 "10월 GRE 시험을 목표로 한국으로 나가 학원에서 집중코스를 들을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미주 중앙일보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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