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배제案' EU서도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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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4일 발표한 중동 평화안 중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새 지도부로 교체하라'는 내용을 놓고 당사자와 아랍권은 물론 유럽까지 반발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25일 "지도자 선출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몫"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측근인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수석 협상 대표는 26일 "내년 1월 10~20일에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3월에 지방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자체 정치 개혁안을 제시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그의 또 다른 측근이 밝혔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랍 뉴스는 '부시, 팔레스타인을 모욕하고 아랍 지도자들을 분노케 하다'라는 기사에서 "평화안이 이스라엘만 편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부시는 영구적인 전쟁의 비전만 제시했다"고 비꼬았다. 요르단의 애드 두스투어 신문도 "이스라엘 샤론 총리에게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부인하는 파괴적인 정책을 계속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힐난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일간지 알 바얀은 "평화안은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이 수용키 어렵고, 이스라엘에 편향적인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25일 성명에서 "미국의 평화안은 중동 분쟁 해결을 위한 새 단계"라고 평가했지만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말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아라파트가 재선출돼도 영국은 그를 대화 상대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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