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 팝스타 알리야의 유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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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미국 연예 주간지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지난해 8월 비행기 사고로 급사한 팝스타 알리야의 비극을 '2001년 미국 연예계 5대 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퀸 오브 뱀파이어'는 알리야의 유작이 됐다. 사망 직전 촬영은 완료했지만 녹음은 끝내지 못해 그의 동생이 더빙을 했다.

사실 알리야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팬들은 지난 2월 미국 개봉 당시 극장가에 몰려들며 그를 추모했다.

'퀸 오브 뱀파이어'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썼던 앤 라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뱀파이어의 고뇌와 삶을 형상화한 수작으로 평가받는 전작처럼 이번 영화도 물고 뜯는 흡혈귀의 잔인성보다 '영원히 죽지 않는' 저주받은 운명에 빠진 뱀파이어의 모순을 주목한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신적 지위를 갈망하는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과 감성을 부러워하는 흡혈귀인 레스태트(스튜어트 타운센드)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호주 출신의 마이클 라이머 감독이 그 매개체로 삼은 건 바로 음악이다. 1백년간 깊은 잠에 취해 있던 레스태트를 깨우는 게 바로 강한 비트의 록이었던 것. 그의 상대역은 흡혈귀 가문의 피를 갖고 태어난 고문서 연구원 제시(마구에리트 모로). 레스태트가 영원히 사랑하는 인물로 설정됐다.

영화에서 뱀파어어는 둘로 갈라진다. 영원을 희구하며 인간을 파멸시켜야 할 존재로 여기는 알리야와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제시의 이모가 대립하고, 그 사이에서 번뇌하는 레스태트가 부각된다. 마늘과 십자가가 등장하는 상투적 구조에서 벗어나 인간과 흡혈귀의 같음과 다름을 밝혀보려는 시도가 신선하다.

그러나 드라마의 개연성보다 화려한 영상 혹은 현란한 특수효과에 힘을 쏟은 까닭에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같은 울림을 끌어내는 데는 힘이 달려 보인다. 원제 Queen of the Damned.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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