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거들떠볼 필요도 없어" 블라터,한국戰 관련 공식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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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4강 진출 뒤 일부 국가에서 "심판이 매수됐다"고 하는 음모설 주장에 대해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회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시비"라고 일축했다.

그는 24일 공식 성명을 통해 "한국을 봐주려는 음모가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거들떠 볼 필요도 없는 것들"이라고 단호히 대응했다.

뉴욕 타임스와 영국 가디언지도 이에 앞서 국제사회 음모설에 대해 '패자의 지저분한 불평'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뉴욕 타임스는 24일자 도쿄(東京)발 기사에서 "월드컵이 음모에 지배되고 심지어 '월드컵이 제3세계 월드컵이 됐다'고 깎아내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는 한국의 발길에 채어 먼지구덩이에 처박힌 유럽팀이 궁시렁거리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탈리아가 후반전에 정신력이 달려 휘청거린 게 누군가의 잘못이고, 스페인이 페널티킥을 실축한 것이 음모며, 더러운 게임을 한 포르투갈 선수가 퇴장된 것도 다른 누군가의 탓이라고 해야 된다는 말이냐"고 꼬집으며 "세계는 4강에 오른 한국과 터키의 조직력, 준비된 자세, 일관된 투지를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이날 "탈락한 축구 강대국들이 마지막으로 음모론에 기대고 있다"고 측은해 했다. 신문은 스페인은 1996년 유로대회 당시 잉글랜드에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을 때도 음모론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당시 독일팀 감독은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에 패한 뒤 "이번 월드컵에서 이상한 판정이 많았는데 아마 어떤 비밀지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

신문은 "이탈리아 파올로 말디니 선수는 프란체스코 토티의 퇴장 판정이 문제라고 비난했지만 안정환 선수가 골든골을 성공시킨 것은 자신보다 높이 뛰었기 때문이란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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