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조국 위한 슛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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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 8강 신화의 주인공 안정환(사진)이 이탈리아 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루치아노 가우치 페루자 구단주의 자신을 겨냥한 모욕 발언에 대해 심중을 털어놨다.

21일자 일본의 유칸(夕刊)후지에 따르면 안정환은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해 페루자 시절 힘들었던 경험 등을 밝혔다.

- 지금 이탈리아 국민이 모두 울고 있다.

"나는 조국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 페루자에서는 4골 밖에 넣지 못했는데.

"이탈리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그야말로 비극이었다. 말도 모르는데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다. 처음 3개월은 아이스크림과 초콜릿만 먹고 살았다. 게다가 첫번째 통역사가 너무나 무책임했다. 감독이 '앞으로 패스하라'고 했는데 '뒤로 처져서 플레이하라'고 통역했다. 그러니 감독 눈에 내가 얼마나 바보처럼 보였겠나. 나중에 그 통역사는 교체됐다. 로마에서 한국 식료품 가게를 발견하고 나서 상당히 좋아졌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면 가게에 가서 김치와 불고기를 사오는 것이 일상사가 됐다."

- 가우치 구단주는 이제 당신과 페루자의 관계는 끝났다고 했다.

"나는 아직 공식적으로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 이달 30일까지는 부산 아이콘스와 계약이 돼 있고, 페루자와는 임대계약 상태다."

- 가우치 구단주가 (당신의)완전 이적을 위해 1백50만달러를 지불할 것 같지 않은데.

"가우치 구단주가 뭐라고 하든 지금은 월드컵에서 이기는 것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국을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골든골을 넣은)나만 나쁜 사람이 돼 버렸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이 나를 더 큰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감사한다."

- 장래가 걱정되지 않는가.

"걱정되지 않는다. 스페인·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 여러 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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