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는 업체가, 마감재는 소비자가… 마이너스옵션 다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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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주택업체들이 아파트·오피스텔 분양가 거품 시비를 피하기 위해 마이너스 옵션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마이너스옵션제는 가전제품·가구 등의 마감재를 빼고 분양한 뒤 입주 때 소비자가 알아서 넣는 방식이다. 마이너스옵션제는 3~4년 전 중견업체들을 중심으로 도입됐으나 한동안 뜸하더니 다시 아파트·오피스텔분양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차 서울 동시분양에서 서초구 방배동 방배3차 현대홈타운에 마이너스 옵션제를 도입했다. 이 아파트는 서울시로부터 분양가 인하 통보를 받았으나 재건축조합의 반발로 값을 내리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이 방식을 택했다.

마이너스 옵션 품목은 김치냉장고·가스오븐레인지·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과 거실 장식장·발코니 수납장이다. 현대건설은 소비자가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가구당 5백12만~5백18만원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마이너스 옵션제 도입으로 소비자들의 초기자금부담을 덜 수 있고 마감재 교체에 따른 낭비를 막을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는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대형 중심의 아파트 1백23가구가 건립되는 방배동 3차 현대홈타운은 청약결과 무주택우선과 1순위에서 2백2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이 아파트에 이어 내달 분양할 서울 성북구 정릉동 새마을 연립 재건축에도 마이너스옵션제를 도입하고 다른 사업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마이너스옵션제를 많이 시행했던 동문건설의 김시환 이사는 "바닥재·도배 등 미장공사를 소비자에게 맡길 경우 분양가가 32평형 기준으로 1천5백만원 정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올들어 분양 열기가 뜨거운 오피스텔업계에서도 마이너스옵션제가 선보였다. 성원건설은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내놓은 성원상떼뷰 오피스텔에 마이너스 옵션제를 적용, 분양실적을 크게 끌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원건설측은 사무용으로 오피스텔을 이용하는 계약자가 세탁기·냉장고 등의 품목을 원치 않으면 이를 분양가에서 빼줬다.

주택업체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금리상승 등으로 아파트·오피스텔 분양 열기가 지난해나 상반기만큼 달아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될 경우 건설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마이너스옵션제를 많이 도입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이너스옵션제를 선택한 소비자들이 입주 때 마감재를 시공하기 위해서는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 실속이 없어 업체들의 '눈가리고 아웅식'분양전략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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