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아! 아부지는 할 말이 없대이…" MBC, 박종철 사건 다룬 드라마 24일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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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86년 4월 청계피복노조가 주도한 가두시위 도중 구속, 87년 1월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으로 사망, 계속된 사건의 축소·은폐·조작 속에 부검의와 언론의 끈질긴 진실 규명 작업….'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6월 항쟁을 촉발시켰다.

MBC는 박종철을 재조명하는 특집 드라마 2부작 '순수청년 박종철'(사진)을 24일 밤 9시55분 방송한다.1부는 수줍음 많고 말수가 적었던 그가 학생운동에 투신하게 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나가고 2부에선 고문장면과 죽음 후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노력들을 담는다.

제작진은 올해 초부터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당시 담당 검사·부검의·가족·친구들을 만나고 신문기사·책·공판기록 등을 샅샅이 뒤졌다. 한편으론 박종철 역을 맡을 참신한 얼굴을 찾아다녔다. 이미 1백여명을 오디션했지만 마음에 차지 않았던 제작진은 서울대 구석구석을 뒤지다 최동선(21·경제학부 2년)씨를 발견했다. 노동조합돕기 행사에서 화채를 만들고 있던 그는 외모가 비슷하다는 이유 하나로 주인공에 전격 캐스팅됐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시작했지만 정작 촬영에 들어가자 예기치 못했던 난관으로 애를 먹었다. 대규모 시위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서울대학교의 협조를 얻어야 했고 페퍼포그 차량 지원이나 경찰청사 등 장소 협조가 수월히 이뤄지지 않아 마음을 졸인 적도 많았다.

그러나 서울대생들이 자발적으로 대자보를 써주고 당시 교련복·학생증 등을 마련해줘 많은 도움이 됐다. 당시 박종철 사건을 특종보도한 중앙일보를 뿌리는 장면이 극에 삽입되기도 했다.

이정표 PD는 "아직 명확히 규명이 되지 않은 채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드라마인 만큼 약간의 픽션과 상상력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종반에는 고(故) 박종철군 추모식과 6·10 항쟁 당시의 뉴스 화면을 내보낼 예정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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