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주먹구구식 무리한 사업 추진 오사카 '신도시 개발'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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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오사카(大阪)시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신도시 '린쿠(空)타운'에는 56층짜리 린쿠게이트타워 빌딩이 우뚝 서 있다. 지난 14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빌딩 주변에 널린 휑한 황톳빛 공터들이었다.행인마저 적어 도무지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일본 제2의 대도시 오사카부(府)가 '린쿠타운'에 발목이 잡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10여년간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한 신도시가 기업들의 외면으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예정지 1백63만㎡ 중 지난 3월까지 분양계약이 체결된 곳은 절반인 52.4%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재정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말까지 약 4천7백억엔(약 4조7천억원)이 투자됐지만 수입은 2천억엔에 불과하다. 후지다 데쓰오(藤田哲士) 오사카부 린쿠타운 추진실장은 "이미 망했거나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긴 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린쿠타운 활용방책 검토위원회'는 지난해 8월 ▶근시안적인 산업정책▶버블경제 붕괴란 경제환경 변화 무시▶기업 수요를 생각하지 않고 관념적으로 구조를 만든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오사카부는 뒤늦게 린쿠타운을 '국제교류형 경제재생특구'로 만들기로 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다수가 경쟁적으로 벌여놓은 공공 건설공사 때문에 적자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지자체들의 공공 공사규모는 85년 15조엔에서 2000년에는 24조엔으로 늘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비행기 활주로를 짓던 도쿠시마(德島)현은 재정난과 환경보호 여론에 부닥쳐 지난 4월 공사를 중단키로 했다가 최근 재개했다. 중단하면 국고보조금 반환·원형복구 등으로 2백30억엔이 들어가지만 계속하면 1백51억엔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미야자키(宮岐)현이 민간기업과 합작한 '제3섹터'를 통해 건설,94년 개장한 43층 규모의 초대형 관광시설 '시 가이아'는 지난해 2월 3천여억엔의 빚을 지고 부도를 냈다.

미국기업 리플우드 홀딩스가 지난해 12월 '시 가이아'를 인수했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조사기관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빚을 지고 있는 제3섹터가 전국에 1백15곳, 위험수위인 곳이 39곳이다.

당연히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가나가와(神奈川)현 하야마초(葉山町) 등 5곳에서는 지방정부가 벌인 공사에 대해 주민들이 '세금낭비'라며 중지를 요구,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지방분권개혁추진회의는 지난 17일 "지방공공사업에 대한 국고보조를 폐지·축소하라"는 건의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의 주먹구구식 공공사업들은 곧 대대적인 수술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오사카=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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