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려울수록 우수인재 많이 뽑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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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우리 경영대학원은 첨단 기술과 최신 연구가 계속 쏟아져나오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혁신적 분위기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게 다른 명문 MBA(경영학 석사)과정과 다른 점이죠."

개교 50주년을 맞아 한국의 동문 MBA들을 방문한 리처드 슈말렌지 MIT 경영대학원장.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를 꺾고 월드컵 8강에 진출하던 날 서울에 도착한 그는 "한국 축구팬들의 열정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선전(善戰)으로 인한 경제효과를 정확하게 산출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적어도 붉은 색 티셔츠의 매출량은 엄청나지 않으냐"라고 농담을 던졌다.

MIT 경영대학원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칼리 피오리나 휼렛패커드(HP)회장 등을 배출한 명문 MBA 과정이다. 정몽준 월드컵조직위원장·김형순 ㈜로커스 사장·조해형 나라기획회장·강성욱 컴팩코리아 사장·고정석 일신창업투자 사장 등 재계의 주요 인물들도 이곳을 졸업했다.

슈말렌지 원장은 "MBA가 고액 연봉의 좋은 직장으로 가는 등용문으로 여겨졌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경기의 거품이 꺼지고 미국 내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소위 'MBA 백수'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MIT 경영대학원 졸업예정자의 취업률도 올 4월 월 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65%에 불과했다.

그는 이러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채용해야 한다"고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권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굴지의 정유회사가 이러한 권고에 따라 올해 졸업생들을 받아들였다.

"1991년 불황 때도 이런 취업난이 있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당시 학교에서 취업을 주선해줬던 졸업생들이 지금은 고위직에 올라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매년 MIT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는 3백50명 중 네명 정도가 한국인이다. 몇년 전부터 한국에서 불고 있는 MBA 열풍덕에 올해는 예년보다 세배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인 선발 인원을 늘릴 예정"이라고 슈말렌지 원장은 밝혔다.

그는 한국 대기업들과 산학협동 방안을 논의하고 20일 출국한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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