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경선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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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8·8 재·보선 후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재경선을 할 수 있다"고 한 노무현 후보의 제안을 수용했다.

민주당이 재경선을 할 경우 현재의 '이회창 대 노무현'구도는 원점에서 다시 짜여지게 된다.

그러면 12월 대선을 앞둔 가을 정국이 요동치게 된다.

민주당이 지난 국민경선처럼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는 데 성공할 경우 6·13 지방선거 참패로 등돌린 민심을 되찾으면서 다시 활기를 찾을 수도 있다.

당내에서 침체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경선'카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급속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8일 오전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박상천 최고위원은 "이미 지방선거에서 심판받은 민주당의 현 인적구성으론 대선승리가 어렵다"며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전당대회를 다시 열자"고 제안했다.

후보 측도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만큼 불만이 없다.

염동연(東淵)정무특보는 재경선을 '로켓의 2단계 발사'에 비유하면서 "누구든 영입해 경선을 치를 경우 당원과 국민에게 긴장을 줘 다시 노풍을 재점화하는 프로펠러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재경선을 노풍을 되살리는 이벤트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재경선의 실현 가능성이다.필요성 주장에도 불구하고 회의적 견해가 아직 다수다.

한 고위 당직자는 "이미 3개월 가량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후보에 맞설 상대로 과연 누가 나서려 하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들러리 경선'이 되거나 후보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선거 참패의 책임을 덜어주는 '면죄부 주기 경선'이 돼 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후보의 재경선 참여를 막을 수도 없다. 그럴 경우 당이 쪼개질 위험이 있다.

재경선이 벌어질 경우 당내에서 후보와 맞설 사람은 이인제 의원 정도지만 의원 측은 "대선 출마의지를 사실상 접었다"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도 마찬가지다.

당 일각에서 정몽준·박근혜(朴槿惠)의원 등을 거명하나 이들이 세력도 없이 민주당 경선에 단기필마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변수는 8·8 재·보선 결과다. 여기서도 질 경우 "후보로는 재집권이 어렵다"는 회의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는 사실상의 후보교체를 위해 재경선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 중도개혁세력을 자임하고 있는 일부 의원이 전직 총리를 지낸 K·L씨 등 거물급 정치인들을 상대로 영입 제의를 하는 등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관심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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