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民心 읽지못한 J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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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련 김종필(JP)총재가 자택 칩거를 끝내면서 "우리보고 몰락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2년간 두고 봐라. 반드시 일어설 것"이라고 언급했다.그러나 그의 발언은 새 출발의 치열한 투지나, 재기의 다부진 열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퇴장하는 3金시대를 붙잡으려는 어이없는 집착,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턱없는 옹고집으로 여론에 비춰지고 있다. 이런 반응은 선거에 담긴 민심 흐름을 JP가 외면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선거에서 그의 영향력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쇠퇴했다. 자민련의 텃밭이라던 충청권의 광역단체장 세곳 중 충남지사만 건졌고, 정당지지도(광역의회 비례대표 득표율)는 국회의원 한명 없는 민주노동당보다 떨어졌다.그런 참담한 결과는 3金정치의 퇴장을 요구하는 민심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3金시대의 막 내림은 다른 두 金씨의 처지에서도 드러난다. DJ의 민심 장악력은 호남에서도 현저하게 떨어졌고, YS에게 기대 부산·경남에서 노풍(風·노무현 바람)을 키우려는 시도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JP의 궁색한 처지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2년여 전 4·13 총선 때도 대패한 JP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치 틈새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했다. DJP 공조의 복원과 파기 과정에서 JP의 교묘한 줄타기 정치와 기회주의가 드러났고 이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이번 선거에 투영된 것이다. 이제 꼼수와 식언의 행태는 정치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에게 먹히지 않고 있음을 JP는 인정해야 한다. 3金정치가 막을 내리는 시점임을 잊어서도 안된다. 앞으로 대선가도에서 '보수 원조'를 내세워 누구, 누구와 연대하는 식의 활로 찾기는 그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 정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정계 원로이며 정치 9단인 JP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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