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좋은 굴뚝기업 자사주 소각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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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증시 조정의 폭이 커지면서 자사주를 사들이거나 소각할 가능성이 큰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할 경우 단기적으로 수급이 개선돼 주가가 안정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주식가치를 높여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17일 "자사주 매입시 수요 창출로 인한 수급개선 효과와 투자심리 안정 기여 등의 효과가 있고 특히 취득 후 이익 소각을 결의할 경우 더욱 효과가 증대된다"며 "유보율과 부채비율 등을 고려할 때 조만간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할 가능성이 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주가조정기 투자전략으로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어떤 기업이 자사주 매입·소각 가능성 큰가=일단 재무상태가 안정돼 있고 성장성이 낮은 '굴뚝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소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삼성증권 황금단 애널리스트는 "순부채비율이 2백% 이하고 유보율이 3백% 이상인 종목에서 시가총액 중 자사주 매입가능 비율(자사주 매입 한도액/시가총액)이 높은 코오롱·동부한농·아세아시멘트 등이 자사주를 매입할 여력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표-1 참조>

또 자사주를 소각할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는 이미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바로 소각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다. 삼성증권 김윤정 애널리스트는 "부채비율이 낮고 유보율이 높아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고 대주주 지분율이 안정적이어서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는 기업들이 1차 대상"이라며 "특히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기업이 자사주 소각시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순부채비율 2백% 이하 ▶주가수익비율(PER) 15배 이하의 종목 중 자사주 비율이 높은 삼양사·한국철강·INI스틸·코오롱 등을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꼽았다.

<표-2 참조>

◇어떤 장·단점이 있나=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매입 기간 중에 자연스럽게 주가가 오르고 취득 후에도 6개월간 처분할 수 없기 때문에 수급이 개선된다.

또 자기자본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수익률(ROE) 등 여러 투자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사주를 사들이거나 소각한다는 것은 기업이 자신의 경영성과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므로 무형의 이미지 제고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화투신운용 홍춘욱 팀장은 "자사주를 소각하는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를 주주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라며 "외국의 경우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실적이 비슷해도 30% 가량 주가가 높게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잉여 현금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다 쏟아부을 경우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고 자본 감소로 부채비율이 늘어나는 단점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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