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사원 '외국 물' 먹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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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해외영업을 하지 않는 순수 내수 중소업체가 매출의 1%를 들여 전직원 해외연수를 보내고 있다.

2000년 12월 제일제당에서 분사한 샘물업체 스파클㈜의 경우다. 이 회사 전 임직원 26명과 대리점 직원 20명은 지난 2월부터 몇차례로 나눠 10박11일간 미국·유럽·호주·중국 등지로 연수를 가고 있다. 각국의 생수시장을 돌아보며 배우자는 뜻이다.여행 목적지와 일정·내용 등은 모두 팀원이 의논해 스스로 결정한다.

제일제당 시절 '적자 사업부'라는 오명과 함께 애물단지 취급을 받은 데다 일의 성격상 해외출장 기회가 없던 직원들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마케팅팀의 위여량 과장도 입사 후 첫 출장이다. 그는 "단기 해외연수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분사 때 막막했던 분위기를 돌이키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선진 생수시장의 마케팅 기법 등에 관한 견문록을 작성해 서로 돌려 보고 있다.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중론이다.

해외연수는 물론 회사 사정이 한결 나아진 덕분이다. 스파클은 사업 개시 후 줄곧 적자를 내다가 분사 후 지난해 1백20억원 매출에 처음 5천만원의 순익을 냈다. 올해 순익 목표는 5억원.

회사가 좋아진 것은 역시 주인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유명 대기업 임직원이라는 간판과 체면을 버리고 너나 없이 영업에 열심히 매달린 결과라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매출의 1%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스파클은 해외연수를 전통으로 이어나갈 방침이다. 김용환 대표는 "직원 사기가 높아지는 효과만 해도 비용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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