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열풍 … 걸쭉해지는 국순당 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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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 달에도 어김없이 그날이 찾아왔다. 국순당 주가가 뛰는 날이다. 매달 초 일부 증권사들이 막걸리 출하량 통계를 발표하면 막걸리를 만드는 국순당의 주가가 뛰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5월 3일엔 상한가였고 6월 3일에는 9.5% 상승하더니 7일에는 1400원(9.3%) 올라 1만6400원이 됐다.

국순당 주가를 밀어 올리는 건 막걸리 시장이 쑥쑥 크고 있다는 소식이다. 7일 KTB투자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 5월 막걸리 출하량은 3만3887kL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8.7% 늘었다. 올 들어 5월까지 출하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7% 증가했다.

막걸리의 인기 덕에 국순당 주가는 올 들어 72.6% 올랐다. 증권사들은 앞으로 이보다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현재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치가 2만800원이다. 목표주가 평균값도 1월 31일 1만2000원에 비해 73.3% 높아졌다. 주가가 오른 만큼 목표주가도 치솟은 것이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올리는 이유는 국순당의 막걸리 생산 시설 증설에 있다. 이달 중 증설 완료를 앞두고 있다. 완공되면 연간 500억원 정도인 생산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 신영증권 김윤오 연구원은 “현재 국순당은 막걸리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며 “증설은 바로 매출·이익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순당 주가가 더 오르는 데 걸림돌은 있다. CJ제일제당이 최근 3개 지방 막걸리제조업체들과 손잡고 막걸리 유통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본지 7월 6일자 e9면>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2~3년간은 CJ제일제당의 막걸리 사업 진출이 국순당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CJ제일제당과 제휴한 3개 막걸리 업체의 매출 합계액이 국순당의 10%가 안 되기 때문이다. 국순당과 경쟁할 정도가 되려면 적어도 3~4년은 더 있어야 한다는 게 증권사 음식료 업종 담당 연구원들의 판단이다.

KTB투자증권 김민정 책임연구원은 “대기업이 막걸리 광고를 많이 하면 전체 막걸리 시장이 커져 오히려 국순당이 반사 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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