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주무기를 잃은 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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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 3국>
○·추쥔 8단 ●·이창호 9단

제 11 보

제11보(128~136)=90년대 초의 ‘소년 이창호’는 감동스러웠다.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계산력과 끝내기 솜씨를 보며 기자는 신산(神算)이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중반도 강했지만 종반은 무적이었다. 완벽 그 자체였다. 그 위력은 10년 이상 이어졌다. 하지만 근래의 이창호 9단은 종반에 가면 오히려 불안감을 준다. 주무기가 사라진 것이다. 이창호가 계속해서 세계무대 준우승에 머무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자신의 주무기가 사라졌는데도 이창호 9단은 여전히 정상권에서 버티고 있다. 세계 바둑이 이창호 9단을 평가할 때는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128에 129를 받았으나 A의 치중이 남았다. 백B 근처가 선수로 들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와선 C의 노림은 큰 의미도 없어졌다. 130도 날카로운 맥점이다. 기세를 탄 추쥔 8단의 눈이 점점 밝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이창호 9단은 지친 기색이다. 갈수록 희미해지는 머릿속 외줄기 끈을 꽉 붙든 채 사투하는 느낌이다. 130에 ‘참고도’ 흑1의 응수는 백2, 4로 사고가 난다. 그래서 131에 이었으나 132~136까지의 연결. 추쥔이 우세를 굳혀가고 있다.

참고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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